자가격리 1일 차.
사실 오늘은 안동으로 모여 오랜만에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지만,
갑작스러운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불참하게 되었다.
혼자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평소에 미루던 것들을 하거나 생각할 시간이 참으로 많아서 좋다.
1. 대청소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되도록이면 짐을 많이 늘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면 그것이 아주 작은 이유라도 결제로 향하는 길이 된다. 특별히 사치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집에 물건이 늘기 시작한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그렇게 어떤 생각으로 산 건지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는 물건들이 언젠가 필요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서랍장에 오랫동안 빛을 보지만 산 게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이상한 순환구조에 빠진 것을 과감하게 버리는 날은 아마 이 집을 떠나는 순간이겠지?
2. 빨래
겨울철에 하는 빨래는 뭔가 막연히 불편하다. 아무래도 옷이 두껍고 환기를 자주 시켜줘야 해서 그런 걸까? 오늘은 두 번에 걸쳐 빨래를 했다. 그 말인 즉, 그만큼 빨래가 쌓여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혼자 사는 집에 얼마나 많은 세탁물이 나올까 싶지만, 나는 빨래를 자주 하는 부지런한 편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수건도 20장, 양말도 20켤레, 속옷도 일주일치는 있다. 갑자기 미니멀리즘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극도로 부지런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존경심이 들었다.
3. 독서
20살이 넘어 독서를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한 것은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한 것의 계기도 마차가지의 이유에서다. 그날 이후 책을 읽으려는 노력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은 좋은 습관에 대한 탄성을 잃어버리기 쉽고 코로나 덕분에 오랜만에 독서를 했다. 사실 집의 환경은 책을 읽기에는 좋지 않다. 도무지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불편한 허리를 풀어주며 책을 읽었다.
우리는 연말이 되면 누군가가 노벨상을 탔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누가 어떠한 이유로 노벨상을 받았는지 쉽게 기억 속에서 잊힌다.
리처드 파인만이 수많은 수상자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로 남아 있는 것은 아무래도 그가 쓴 책의 영향이 아닐까 한다. 그는 자신의 이론이나 생각을 논문으로 풀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평소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 일화들을 글로 풀어내며 연결시킨다. 요즘 시대는 영상으로 많은 정보들이 오고 가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를 게을리해서는 안될 이유를 찾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