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에 온 지 어느덧 10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난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고, 지쳐 쓰러져서 집에 돌아오면 잠들기 바빴던 것 같다.
나는 내가 노르웨이에서 생활을 잘할 거라 생각했다.
막연한 자신감이 아니라, 히라가나 카타카나를 배우고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가서,
1년이란 짧은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재미있는 추억을 쌓고 돌아온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외국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일본은 비행기를 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하지만, 노르웨이는 비행기에서 자고 자도 도착하지 않는, 머나먼 타지였다.
그리고,
어렸을 때 교환학생으로 일본에서 생활하는 것과, 포닥이라는 직업으로 노르웨이에서 생활하는 것은 어깨에 놓인 짐의 무게가 달랐다.
나는 잘 하고 싶었고 나의 기대와 현실에서 느끼는 괴리감에 힘들었다.
과연 내가 한 선택이 맞는 것인지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지금도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하루 하루 속에서 생활도 쉬운 건 없다.
3개월 만에 받은 카드는 핀코드를 잘못 입력해서 ATM기가 가져가 버렸고, 핸드폰 요금은 지불이 안돼서 연락도 제대로 안된다.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제대로 그 이야기를 못할 때 그 답답함, 어이없이 턱이 빠져버린다거나,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들
모든 것들이 폭풍같이 휘몰아치는 하루하루가 계속되어도 지지 않으려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8년 전 일본 교환학생 시절의 기억은 많은 부분이 미화되어 있다.
사람은 항상 좋았던 것들을 우선으로 기억하니까,
놀 사람이 없어서, 혼자 전차를 타고 종점까지 가서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도,
일본어로 하는 전공 수업을 따라갈 수 없어 C 학점을 받은 것도,
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아껴서 생활해야 했던 그 시절도,
우습게도 그 순간에는 너무 힘들었는데, 전체로 보았을 때 소소하게 좋았던 것들이 더 많이 남는다.
그러니까 지금 이 힘든 시간도, 더 많은 시간들로 희석하다 보면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나한테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실험실 > Ph.D in Norw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Standing at the boundary between wet and dry laboratory area (0) | 2023.05.23 |
---|---|
22.11.25 (2) | 2022.11.27 |
22.07.17 (0) | 2022.07.17 |
22.06.05. (0) | 2022.06.06 |
22.05.24 (0) | 2022.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