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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Ph.D in Norway

22.11.25

by 준준xy 2022. 11. 27.

노르웨이에 온 지 벌써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이번 주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주변의 동료 연구자들이 이야기하는 노르웨이의 겨울은 혹독하다고 하는데,

그 서막은 세상이 하얗게 변해 가는 것으로 시작되고 있다. 

 

그동안 업데이트가 왜 이렇게 늦었냐고 묻는다면,

노르웨이에서의 삶은 지금껏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던 한국에서의 삶과는 거리가 멀고,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해야 하는데, 나는 전혀 그것에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 답하고 싶다. 

수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은 끼니였다. 

나에게 밥은 에너지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 가리지 않고 주는 대로 잘 먹었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 신선한 식재료들을 사고, 그것들로 요리를 해서 건강을 챙기는 것과는 달리

식사는 100% 밖에서 해결하였다. 

그런데, 이곳의 물가로 내가 한국에서 처럼 먹는다면 나의 월급은 월세 100만 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식비로 지출될게 당연하였다.

점심, 저녁 도시락을 준비해야하고, 그것을 위해

평일에는 10시, 토요일에는 6시, 일요일에는 열지 않는 마트의 스케줄에 맞춰

나의 에너지를 채워줄 재료들을 사러 가야 했으며

요리를 해본적이 없는 내가 reference들을 유튜브로 찾아보고 해당하는 재료들을 찾아야 했고,

(간장의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다)

혹시나 동네에서 구하지 못하는 재료들이 있다면 오슬로에 있는 아시안 잡화점까지 원정을 떠나야 했다.

 

나의 삶은 더이상 한국에서 처럼 단순하지 않았고, 무엇하나 조금이라도 익숙한 것이 없었다. 

물론 그런 것들이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더라도

하루에 할당된 나의 에너지가 더 빨리 고갈되는 것은 아주 당연하였다. 

그래서 나는 아주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을 하며 아주 조금씩 나의 반경들을 늘려나가며,

한 인간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법을 스스로 배우고 있다.

 

나의 시간은 어느 누구와 마찬가지의 속도로 흘러간다.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의 삶을 살지 못하거나,

현재를 바꾸지 않고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방을 치우지 않고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나의 방은 어떠한 상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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