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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생활(Life)

Course work의 중요성 + alpha

by 준준xy 2020. 12. 7.

대학원에 들어가서 석사, 박사 과정 중에 다양한 수업들을 듣게 된다.

이 수업은 학부생 때처럼 주입식이라기보다,

어떤 주제 안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연구들 중에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를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수업의 비중보다 학생들이

어떤 테마에 대해 논문을 발표하는 형식을 취하는 게 많았다. 

아마 석사 초기라면, 한편의 논문을 읽는 데에도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모르는 용어들 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한눈에 들어오기 힘들 테니까.

그러다 조금은 익숙해지고, 테마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도가 향상되는 순간

논문들이 조금은 눈에 쉽게 들어올 것이다.

 

내가 석사, 박사 과정을 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힘들었던) 수업은 육종학과 유전체 정보학이다. 

다른 수업들처럼 단순하게 어떤 논문을 발표 하는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창조하는 연습을 시키려 하셨던것 같다. 

예를 들어 석사 시절 들었던 어류 육종학에서는,

"자산어보에 나오는 물고기 중에서 하나 골라보세요

그리고 유전적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실험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오세요" 였었다.  

나는 준치를 골랐고.... 유전적 정보는 mitochondrial DNA 밖에 알려져 있지 않아, 

망연자실해 있었다..... 그러다 mitochondiral DNA가 DNA barcode로 사용될 수 있음을 알고

관련된 스토리를 만들어서 발표를 했었다. 

 

한동안 무시무시했던 기억을 잊고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박사 때는 교수님의 다른 수업인 

유전체 정보학을 들었을 때는

 이런 논문들을 던져주시고는 

"자 종별로 하나씩 고르세요."

"자 다 골랐으면  관련된 종의 유전적 정보를 바탕으로 

실험을 디자인해오세요"

아 맞다.. 이런 스타일 이었지...

멘탈이 붕괴되었다ㅋㅋㅋㅋㅋ

 

 

 

잔머리 굴린다고, 유전적 정보가 적을 거라 

생각되었던 shark transcriptiome을 골랐었는데.

상어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무슨 실험을 디자인해야 할까...

고민하며 상어의 transcriptome을 분석하는 논문을 읽고 보니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내가 아는 상어는 아기 상어(뚜루루 뚜루) 뿐이었는데, 내가 모르는 상어에 대해 찾아봐야 했다.. 

그러다 상어가 획득면역이 나타난 아주 초기의 생물로, 획득 면역의 진화 과정에 대해 이해하는 모델로 좋을 뿐만 아니라, 

독특한, single domain antibody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삼투 조절에 있어서 대부분의 척추동물이 삼투 조절형인 반면에, 상어는 삼투 고정형이라는 점을 어필해서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발표를 했었다.

이때부터 single domain antibody가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야금야금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키우던 zebrafish 사육실이 불나, 몇 년을 고생했던 박사과정 테마 하나를 날려 먹고는 

어차피 망한 거 이걸 해보고 싶다고 선생님한테  말하니.

선생님은 이렇게 답했다.  "너 그거 하면, 졸업 못해~"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바르게 보고 계셨던 것 같다. 

학생이 불내고 미쳐 눈이 돌아가서 아무거나 하고 싶다고 할 때, 바른길로 인도해주셨으니까.

 

동물세포 배양학 수업을 들었을 때, 종강 날 교수님이 그러셨다. 

여러분 내가 하고 싶은 연구와, 내가 할 수 있는 연구는 다릅니다.

내가 속한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연구를 하면서 스킬과 능력을 키우세요.

그리고 내가 관심 있는 연구에 대한 흥미를 놓지 마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열정을 키우시다, 여러분이 나중에 자리를 잡고, 관련된 연구를 시작하세요. 

이 모든 것은 잡을 잡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그리고 잡을 잡는 것도 공부를 하는 한 과정일 뿐입니다. 

 

그래, 이 모든 것은 과정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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